평소 이런저런 이유로 창덕궁에 자주 가는 편인데 갈 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에게 있어 창덕궁은 365개의 계절을 가진 볼수록 설레는 공간인 것 같다.
벌써 창덕궁 다섯번째 이야기이다. 이전 1~4편을 보고 오면 처음 궁궐 입구부터 만나볼 수 있음!!
세계유산 창덕궁,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궁궐 (1. 돈화문~금천교)
세계유산 창덕궁,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궁궐 (2. 진선문~인정문)
세계유산 창덕궁,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궁궐 (3. 인정전~선정전)
세계유산 창덕궁,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궁궐 (4. 희정당~대조전)
다섯 번째 이야기, 성정각부터 낙선재까지
9. 곧 떠오를 해의 공간, 성정각
성정각은 세자의 영역에 속하는 전각으로 전각의 명칭인 "성정"은 유교경전인 <대학>에 나오는 '성의정심'이라는 글자에서 따왔으며, 이 의미에 걸맞게 세자가 '서연'을 하던 장소로 사용되었다. '경연'은 왕의 공부, '서연'은 세자의 공부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전각의 오른편으로 누마루가 붙어있으며 남쪽방향에 "보춘정", 동쪽방향에 "희우루"라는 현판을 걸었다. 보춘정은 '봄을 알리는 정자', 희우루는 '기쁜 비를 맞은 누각'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세자는 곧 왕이 될 인물로서 곧 떠오를 해를 의미하기 때문에 궁궐의 동쪽에 세자의 영역이 자리를 잡고 있어 가장 계절 상 봄을 먼저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하니 봄과 관련된 뜻의 현판을 걸어두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겠다.
기쁜 비라는 뜻의 '희우'라는 명칭은 조선시대에 많이 볼 수 있는 건물 명칭이었다고 하는데 성정각에 걸린 현판의 경우 정조 때 이 성정각의 누각을 수리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 연일 가뭄이 계속되었고 이후 누각이 완성된 후 정조가 확인 차 방문하니 마침 비가 내렸다고 해서 기쁜 비가 내린 누각이라는 뜻의 현판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성정각 오른편 담장 밖은 현재 창덕궁 후원 입구가 되는 장소인데 조선시대 당시에는 세자가 머물던 처소인 '중희당'이 있던 자리였으며, 정조가 아들인 문효세자를 위해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안타깝게도 문효세자는 홍역으로 인해 5세의 어린 나이로 훙서하였다. 문효세자가 떠난 후 정조가 이곳 중희당을 편전으로도 사용했다고도 하며, 순조 때에는 효명세자가 대리청정 시 정치공간으로 활용했다. 이후 1891년 고종이 중희당을 옮겨지으라는 명을 내렸으나 그 이후의 기록이 없어 어디로 언제 옮겨졌는지는 알 수 없다.
10. 황실가족의 마지막 발자취, 낙선재
낙선재는 '선을 즐긴다.'라는 뜻을 가진 전각으로 헌종 때 지어졌다. 낙선재 옆으로는 석복헌, 그 옆으로 수강재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단청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이다.
낙선재부터 수강재까지 권역 전반에 있는 창호문양을 보면 구역마다 다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창호문양이 대략 2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며, 담장의 귀갑문양은 장수를 상징한다. 비록 단청이 없는 양반가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천천히 둘러보면 소박함 속의 고풍스러움을 느껴볼 수 있다.
낙선재 영역은 실제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가족들이 환국 이후 살았던 실제 생활공간이기도 한데 고종이 환갑에 얻은 귀한 고명딸인 덕혜옹주가 1962년 환국하여 수강재에 머물렀다. 고종이 궁궐 안에 유치원을 만들어 줄 정도로 굉장히 예뻐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일제의 볼모로 끌려가 강제결혼을 하게 되고 정신분열증, 조기치매 등의 지병을 앓았다고 하며 1989년 4월 21일 향년 77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덕혜옹주 별세 이후에는 마지막 황세손 이구 씨가 2005년 일본에서 별세하였으며 낙선재가 빈소로 사용되었다.
지금까지 총 10곳의 공간을 5번에 나누어 정리해 보았는데 마치 처음 해설준비를 했었던 때처럼 설레는 기분을 꽤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다. 평소 한 달에 한번 정도 자원봉사 해설을 하는데 매번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한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 삼아 나오는 궁궐을 그냥 돌아보지 않고 "아, 저 공간은 이런 일을 했던 공간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많은 보람을 느끼는 듯하다.
앞으로도 궁궐생활 더 즐겁게, 재미있게 보내며 일상을 공유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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